올해 국내 대기업이 발표한 AI 도입 사례 가운데 도입 전후를 비교한 수치를 공개한 것을 골랐습니다. 철강과 자동차, 전자부품, 식품, 음료, 물류 6개 업종에서 7곳입니다.
7곳에는 공통점이 2가지 있습니다. 적용한 범위가 전부 업무 한 가지였고 줄어든 것도 대부분 시간입니다.
7곳 모두 AI를 업무 한 가지에 적용했습니다
고른 7곳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자동차그룹, LG이노텍,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동원그룹, CJ대한통운입니다.
범위가 좁을수록 전과 후를 확인하기 쉽습니다
출고 동선을 짜는 일, 로봇 공정을 설계하는 일, 해외 바이어를 찾는 일, 화물차를 배차하는 일이 그 예입니다.
공장 전체나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발표에는 비교 수치가 붙지 않았습니다.
줄어든 것은 대부분 시간입니다
7곳 중 6곳이 특정 작업에 걸리던 시간을 줄였습니다. 나머지 1곳은 시간이 아니라 판매량으로 수치를 냈습니다.
제조에서 나온 숫자는 전부 시간 단축입니다
제조는 철강과 자동차, 전자부품 3곳입니다. 3곳 모두 줄어든 것이 비용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 출고 능력 12.5% 향상
현장 직원이 AI와 대화하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포스코가 택한 방식은 개발팀에 의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장 직원이 AI와 자연어로 대화하며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구현했습니다. 해결하려던 문제는 공장 안에서 반복되던 물류 부담이었습니다.
후속 공정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그 제품을 일일이 추적해 재검사장으로 되돌려야 했습니다. 결함이 있는 제품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도 어려웠습니다. 두 작업 모두 사람이 기록을 뒤져 가며 처리하던 일입니다.
만든 프로그램은 2가지입니다. 생산과 품질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미리 골라내는 것과 선재 출하 동선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밝힌 결과는 선재 일일 출고 능력 약 12.5% 향상입니다.
개발 기간이 6개월에서 6주로 줄었습니다
개발 기간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출하 최적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봤는데 6주에 끝났습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들면 요구사항을 정리해 전달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12.5%라는 수치보다 이 방식이 다른 회사에 옮기기 쉽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공정 설계 기간 3개월에서 1주일
로봇 배치와 동선을 자동으로 설계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조솔루션본부에서 분사한 로봇 공정 AI 회사의 플랫폼을 씁니다. 생산라인에 로봇을 어디에 놓고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게 할지를 자동으로 설계하는 도구입니다.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라인 구성을 바꿀 때마다 배치와 동선을 다시 짰습니다. 이 작업에 약 3개월이 걸렸습니다. 차종을 바꾸거나 설비를 늘릴 때마다 같은 기간이 다시 필요했습니다.
생산성은 15% 올랐습니다
엔비디아 GTC 2026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설계 기간이 1주일로 줄었고 공장 생산성이 약 15% 올랐습니다. 제네시스 생산라인과 울산, 화성 공장에 적용됐고 싱가포르 공장에서 검증을 거쳤습니다.
LG이노텍, 모델 대응 시간 85% 단축
공정 조건이 바뀔 때마다 다시 학습시켜야 했습니다
LG이노텍이 겪던 문제는 산업 현장 전반에 해당합니다. 공정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데 기존 AI는 조건이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모아 학습해야 했습니다. 재학습에는 최소 14일이 걸렸고 약 300시간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
조건이 자주 바뀌는 라인에서는 학습이 끝날 때쯤 조건이 또 바뀝니다.
대응 시간이 85% 줄었습니다
정형 데이터에 특화된 모델을 적용한 뒤 최대 50시간 안에 변화 조건을 반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회사는 모델 대응 리드타임이 약 85% 단축됐다고 밝혔습니다. 조건이 바뀌어도 학습을 기다리느라 라인을 세워둘 필요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가 20% 빠져 있어도 따로 손질하지 않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모델 크기가 작아 공장 안에 두고 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식품과 음료 3곳은 생산 라인이 아닌 업무에 적용했습니다
식품과 음료 3곳은 적용한 업무가 생산 라인이 아닙니다. 상품 기획과 해외 영업, 영업지원입니다.
CJ제일제당, AI로 기획한 제품이 6개월에 140만 개
트렌드 포착부터 상품화까지 하나로 묶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마케팅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식품마케팅실과 AI 전환 담당 조직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묶은 단계는 3가지입니다.
트렌드를 포착하는 단계, 상품 콘셉트를 개발하고 평가하는 단계, 출시 후 시장 반응을 보는 단계입니다. 그중 콘셉트를 다루는 기능은 제품 방향성과 특징, 패키지 형태를 제안하고 소비자 반응을 예측합니다. 기획자가 회의로 정하던 방향을 데이터로 먼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법인에도 같은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2025년 6월 국내에 도입했고 2026년 6월 미국 도입을 마쳤습니다. 일본과 유럽도 순차 계획에 들어 있습니다. 한 시장에서 검증한 뒤 같은 방식을 다른 시장으로 옮기는 순서입니다.
이 플랫폼으로 기획한 제품 하나가 출시 6개월 만에 140만 개 팔렸습니다.
7곳 중에서 판매량으로 나타난 수치를 낸 곳은 CJ제일제당뿐입니다. 나머지 6곳은 전부 시간입니다.
롯데칠성음료, 바이어 발굴 50시간에서 3시간
규제 조사와 거래처 검증을 맡겼습니다
해외 신규 시장에 들어갈 때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이 규제와 법률 조사, 바이어 발굴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작업을 AI 에이전트에 맡겼습니다.
에이전트가 하는 일은 대상국의 시장 현황과 규제를 조사하고 잠재 거래처와 담당자 정보를 여러 출처에서 교차 검증해 보고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담당자가 웹을 뒤지고 자료를 대조하던 과정을 대신합니다.
전담 조직을 만든 뒤 현업에 적용했습니다
50시간 이상 걸리던 업무가 약 3시간으로 줄었습니다. 회사는 2026년 4월 전담 조직을 만든 뒤 현업에 적용했고 국내 거래처와 공급사로 넓힐 계획을 밝혔습니다.
동원그룹, 6개 계열사에서 연 2만 4천 시간
AI에 사번을 주고 분기마다 평가합니다
동원그룹은 6개 계열사에 AI 사원을 1명씩 배치했습니다. 맡긴 일은 영업지원과 안전관리, 물류배차, 건설견적입니다. 계열사마다 업무가 다른데 배치 단위는 똑같이 1명씩입니다.
운영 방식은 사람 인사 제도를 그대로 따릅니다. AI 사원에 사번을 주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채용하며 분기마다 성과를 평가합니다. 부서 이동과 역할 종료라는 개념도 함께 적용합니다.
6개를 합친 값이 연간 2만 4천 시간입니다
한 계열사가 아니라 6개 계열사의 AI 사원을 합쳐서 나온 값입니다. 회사는 하반기에 에이전트를 50여 개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류는 배차 성공률로 성과를 확인했습니다
CJ대한통운, 자동배차 성공률 50%에서 80%
배차는 성공과 실패가 매번 기록으로 남습니다
CJ대한통운은 화물차를 배차하는 운송 플랫폼에 AI를 적용했습니다. 배차가 성사됐는지 아닌지가 건별로 기록되기 때문에 성과를 확인하기 쉬운 업무입니다. 자동배차 성공률이 초기 50% 미만에서 최근 80%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앞의 사례들이 걸리던 시간을 줄인 것이라면 CJ대한통운은 성사되는 비율을 올렸습니다.
작업자 도보 거리도 줄었습니다
물류센터 작업 동선에도 적용했습니다. 소비자 주문을 처리하는 센터에서 작업자가 하루에 걷는 거리가 원래 16에서 18킬로미터였습니다. 알고리즘을 적용해 12에서 13킬로미터로 줄었고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뒤 10킬로미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같은 업무를 2단계에 걸쳐 개선한 사례입니다.
포장 공정에는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용인의 한 물류센터 포장 공정에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 2대가 투입됐습니다. 박스에 완충재를 넣는 작업입니다. 실증을 마치고 실제 운영 공정에 투입했습니다.
시간이 줄면 어떤 비용이 줄어드는가
7곳이 밝힌 수치는 전부 시간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줄었을 때 따라서 줄어드는 비용은 사례마다 다릅니다.
어느 업무의 시간이 줄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LG이노텍이 줄인 것은 공정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입니다. 라인을 세워두는 시간이 줄면 가동률이 올라갑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출고와 물류에 드는 시간입니다. 같은 설비로 더 많이 내보내면 단위당 고정비가 내려갑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라인을 새로 짜는 데 걸리는 기간입니다. 설계 기간이 줄면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시점과 규모가 달라집니다.
얼마가 줄었는지는 회사마다 다르게 계산합니다
시간이 줄면 비용도 줄지만 얼마가 줄었는지는 회사마다 계산이 다릅니다. 가동률이 오른 만큼을 어디에 반영할지, 고정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가 회사 사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 수치를 그대로 우리 원가에 대입할 수 없습니다. 옮길 수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어느 업무를 골랐느냐입니다.
7곳이 공통으로 한 것은 업무 하나를 고른 것입니다
7곳은 업종도 다르고 쓴 기술도 다릅니다. 그런데 수치를 낸 과정은 같습니다.
7곳은 같은 3단계를 거쳤습니다
먼저 업무 하나를 정했습니다. 출고 동선을 짜는 일, 해외 바이어를 찾는 일, 화물차를 배차하는 일입니다. 공장 전체나 회사 전체가 아닙니다.
그다음 그 업무에 지금 얼마나 걸리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50시간에서 3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원래 50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교할 기준이 없으면 도입한 뒤에도 성과를 숫자로 말할 수 없습니다.
적용한 뒤에는 같은 기준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85%, 12.5% 같은 값이 나왔습니다. 처음에 확인해 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순서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그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큰 예산이 아니라 시간이 확인되는 업무 하나입니다.
AI를 처음 적용할 업무는 3가지 조건으로 고릅니다
매주 반복되는 업무입니다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은 비교할 기준이 쌓이지 않습니다. 7곳이 고른 업무는 전부 매일 또는 매주 반복되는 일이었습니다.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전과 후의 차이도 크게 벌어집니다.
지금 몇 시간 걸리는지 답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담당자에게 물었을 때 대략이라도 답이 나와야 합니다. 답이 안 나온다면 그 업무에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시간을 모르는 상태에서 도입하면 나중에 효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과가 수치로 남는 업무입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값이 나와야 합니다. 출고량과 배차 성공률, 보고서 완성 건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3가지에 해당하는 업무를 1개 골라 다음 회의에서 지금 몇 시간이 걸리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7곳이 낸 숫자는 전부 그 확인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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